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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스토리/끄적끄적

길 고양이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by MoelCano 201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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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담배 피우러 문밖을 나서다.

언제나 그렇듯 담배에 불을 붙이고 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코너를 돌아 나에게 달려오는 한 아이가 있었다.

나와의 거리가 1m가 좀 안 되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 그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인사를 하니 나에게 다가와 주위를 맴돌며 나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던 그 아이..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너무 귀여운 나머지 그 아이를 쓰다듬어 주고 그렇게 오랜 시간 같이 있었다.

사람의 손을 무서워하지 않던 그 아이는 아마도 가정에서 사람의 손을 탄 고양이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혹은 도망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이 출근인지라 그리 오래 같이 있을 수 없어 길거리에 그 아이를 두고 집으로 들어온 첫날

그 시작이 가슴 아픈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이튿날 회사 회식을 하고 있을 때 아내에게서 그 아이의 소식이 전해오다.

회식이 끝난 나는 고양이 대해 무지한 편이라 아는 거라고는 소시지 밖에 몰라서 편의점에 들려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아이를 찾을 수는 없었다. "내가 너무 늦게 온 걸까?"

집에 들러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여느 때와 같이 담배를 들고 문 밖을 나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 주차되어있던 자동차 아래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기다린 걸까.. 그렇다면 언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자세를 낮추고 손짓을 하니 나에게 달려오던 아이는 나의 손이 그리웠는지 쓰다듬어 달라는 몸짓을 나에게 보내다.

편의점에서 사 온 소시지를 부랴부랴 들고 나와 잘게 잘라 그 아이에게 전달하니 소시지는 입에 맞지 않은 모양이다.

번번한 물컵도 없어 종이컵을 잘라 물을 전달해 주었으나 먹을 것 보다도 나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날 밤 그렇게 또 시간은 흐르다..

"미안해.. 오늘은 더 이상 같이 해줄 수 없을 것 같아.."

그날 밤 내가 그를 두고 들어간 문 앞에서 그 아이의 소리가 오랜 시간 들려오다..

이렇게 순하고 귀여운 아이가 왜 길거리에 나앉게 되어버린건지 가슴이 아프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위해 집 문을 나가보니 저쪽 지붕에 그 아이가 나를 보며 반기다.

나에게 다가오던 아이는 담장을 따라 나에게 오더니 담장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너무 높았는지 쉽사리 뛰어내리지 못하고 착지 지점을 찾으며 나에게 오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태인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아이의 행동들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하였다.

 

개발자를 하고 있는 나는 개발을 하고 있을 때 스스로가 놀랄 만큼 집중력이 높은 편이다.

최근 업무는 기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고도화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었고, 너무 일이 재미있어 회사에 있는 9시간이 1~2시간밖에 안 되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집중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아직도 집 주변에 있을까?', '사고가 나지는 않았겠지?' 

 

오는 금요일은 태풍도 아닌데 폭우가 온다고 한다. 그 아이를 밖에 놔둘 생각 하니 마음이 아파와 아내에게 나의 생각을 전하였다.

 

"비도 엄청 온다 하고 그 아이가 너무 눈에 밟히는데, 비가 그치기 전까지 집에서 데리고 있음 안될까?"

 

아내도 그 아이를 좋아하였고 내심 걱정스러웠나 보다. 흔쾌히 나의 물음에 OK 싸인이 떨어졌고, 그 날 저녁 데리고 들어왔다.

길고양이다 보니 먼지 등 일단 씻기는 작업은 필요했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했고,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는 아내의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을 통하여 여러 정보를 입수하였고 씻기기에 돌입했는데..

알고 있었던 부분은 고양이들은 굉장히 물을 싫어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는 예감을 하였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오다. 어깨는 물론, 가슴과 팔에 어마어마하게 스크래치가 났다. 또한 몇 년 동안 못 봤던 피도 보게 되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아내가 마음이 아팠는지, 당장 내쫓으라고 한다. 그냥 목욕시켜 준 것으로 끝내자고.. (그 아이와 함께 했던 2.5일 동안 나보다 더 잘 챙겨줬으면서..) 

 

"이미 예견된 것 아니냐고 나는 괜찮다고.."

 

내 몸에 그렇게 많은 상처가 났는데도, 그 아이가 전혀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젖은 몸을 다 말려주지도 못하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하고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그 아이가 걱정이 되었다. 조금은 내가 미워질 법도 한데 젖은 몸을 그루밍하고 있던 그 아이는 내가 쓰다듬으면 갸르릉 소리를 내며 좋아한다.

 

집에 있는 담요와 바구니로 만든 장소

로또 개발을 하고 있는 나는 그날도 밤을 지새우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새벽 5시가 좀 넘은 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 아이의 울음소리, 잠에서 깨어 불빛을 따라왔나 보다.

옆에 있던 의자로 올라오더니 성큼성큼 내 무릎 위로 올라와서 앉아있다가 책상 밑 발 받침대에 자리 잡고 또 잠이 든다.

그 아이에겐 어제 일어났던 충격적은 일들을 잊어버린 듯 자기 집을 찾아온 듯 편하게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집사, 내 눈 빛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거지?

 

얼마나 함께 할지는 모르겠지만 급한 대로 먹이와, 간식, 화장실을 만들어줄 박스와 모래를 사 가지고 왔다. 

최소 한 시간 이상을 집을 비우고 있는 터였지만 워낙에 순했던 그 아이를 알았기에 집을 비우는 것에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시 역시나 얌전히 있는 그 아이가 보이다.

 

네가 맛있게 먹으니 내가 기분이 좋다^^

목요일에서 금요일 넘어가는 새벽, 하늘이 뚫린 듯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니 그 아이를 데리고 있는 상황이 정말 잘 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같이..

 

유일하게 그 아이에게 오픈되지 않은 곳은 안방이다. 안방 문을 닫고 침대에 누었는데..

너무나도 슬프게 우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다.... .... 미안해..

어둡고 비도 오는데.. 많이 무서웠을텐데 혼자 두게 해서... 

 

결국 날은 밝았고.. 그 아이의 앞 날을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인간이 머라고 한 생명의 앞날을 맘대로 결정한다는 말인가..)

 

집 주변에서 맴돌던 그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고

순하고 잘 따르던 그 아이가 너무 예쁘고 귀여웠고..

길거리에서 떠돌아 다니는게 안쓰럽고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아서 같이 있기로 하였는데..

 

우리의 상황은

그 아이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부족한게 많은 집사였고,

그 아이와 함께하기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집사였으며,

이렇게 지낸다면 떨어져 있으나 함께 있으나 그 아이를 외롭게 할 것 같았다.

(인간의 무한한 변명거리는 어디가 끝인 걸까..)

 

그래서 지금 생활에 더 익숙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그 아이를 다시 놓아주기로 했다.

 

구청에 전화를 걸어 길 고양이 TNR 시스템을 문의하였다.

(중성화 시술 및 길거리 방생 시스템)

 

금일 2시 ~ 3시 사이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답변이 왔다. 

 

구청 직원과 전화하고 있을 때 그 아이도 뭔가 짐작을 했던 걸까..

급 애교가 많아지더라... 

 

거실에 있다 작업할게 생각이 나서 컴퓨터 방으로 들어왔다.

한 참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그 아이가 슬피 울면서 나를 찾아오더라. 그 소리가 

"어디에 있어.. 어디에 있는 거야.."라고 울고 있는 듯 하였다. 

 

나를 보더니 마음이 안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멈추고 내 옆 의자에 앉아있다 내 앞 책상으로 올라오다.

 

상황을 지켜보더니 옆 의자에 다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아이..

 

이윽고 아내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다.

 

"오셨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 아이는 알고 있는 듯 하였다.

현재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을..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대로 잡혀있는 그 아이...

 

그 모습을 보던 직원분이 포획 철창을 전해주면서 나가 있을 테니 고양이를 철창에 넣어달라고 하신다.

들어가지 않으려하는 아이를 철창에 밀어넣는다.... 그 때 그 아이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난 지금 괜찮은 집사를 만났고, 좋은데.. 왜 자신을 내치려 하는 건가요..

이게 정말 너희들이 원하는 거라면 이해할께요..

 

철창에 들어가는 그 아이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그렇게 아무런 반항 없이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다.

 

구청 직원분에게 그 아이를 전달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방사 위치를 이 곳에다가 하려한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나의 답변은 "아니요. 이 곳에 풀어주시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다른 곳에 방사 해주세요." 

 

그 분께서 이렇게 순한 아이는 어디서든 환영 받는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신다.

아내가 길고양이가 살기 좋은 곳에 방사해주세요. 라고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 아이를 떠나 보내다.

 

직원분을 보내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난다. 멈추지를 않는다..

아내와 마주보고 앉아 같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왜 난 눈물이 멈추지 않을까..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란 정은 다 들었나보다..

 

늦은 밤 담배를 하나 들고 문 앞을 나섰는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디선가 나타나 나에게 달려올 것 같고, 내 주위를 맴돌 것 같은데..

적막한 골목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다.

 

집 문을 열었을 때 거실에서 나를 반겨 줄 거라 생각 했는데.. 

텅빈 거실뿐이다..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길고양이가 있다면 관심을 주지 않으려 한다.

모르겠다. 내 남은 생에 애완동물은 없을지도..

 

애초에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혹은 "애완동물이나 키워볼까?" 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섣부른 생각과 그 뒤에 따르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한 생명에게 아픔을 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제가 드릴 말은 아니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이름을 붙여주면 너무 많은 정이 들까봐 이름도 못 불러주고..

미안하다. 아프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서 괜찮은 집사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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